정밀발효란? 우유 단백질을 미생물로 만드는 기술과 국내 규제
정밀발효로는 고기를 만들 수 없습니다.
기사 제목에는 자주 붙어 나오지만, 이 기술이 만드는 건 고기가 아니라 단백질 한 종류입니다. 고기를 통째로 기르는 건 세포배양식품, 흔히 배양육이라 부르는 다른 기술입니다. 이 둘이 섞여 쓰이면서 오해가 생겼습니다.
먼저 정밀발효가 실제로 무엇인지부터 보겠습니다.
정밀발효란 무엇인가
효모나 세균에 특정 유전자를 넣어, 원하는 분자 하나만 대량으로 만들게 하는 기술입니다. 발효가 끝나면 그 분자만 뽑아내 정제합니다.
김치나 된장 같은 전통 발효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여기 있습니다. 전통 발효의 결과물은 균과 대사산물이 뒤섞인 혼합물이지만, 정밀발효는 목표 물질 하나를 높은 순도로 얻습니다. 발효라는 이름을 공유할 뿐 목적이 다릅니다. 전통 발효 쪽 이야기는 발효식품이 장 건강에 좋은 이유에서 따로 정리했습니다.
기술 자체는 새롭지 않습니다. 치즈를 굳히는 효소인 키모신은 원래 송아지 위에서 뽑았는데, 1990년 미국 승인 이후로는 미생물이 만든 것이 널리 쓰입니다. 지금 드시는 치즈 상당수가 이미 이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우유 쪽은 상당히 진도가 나갔습니다
우유 단백질은 정밀발효가 가장 먼저 성과를 낸 분야입니다.
유청의 주요 단백질인 베타락토글로불린이 대표적입니다. 네슬레는 2024년 2월 동물성 원료와 유당이 없는 유청 분리단백 분말을 내놨고, 비비치는 2025년 3월 미국 시장에 유청 단백질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이어 2026년 1월에는 락토페린 제품까지 나왔습니다.
이스라엘 기업 리밀크는 캐나다 규제 당국의 식용 승인을 받았습니다. 폰테라는 아랍에미리트에 400만 리터 규모의 정밀발효 시설 투자를 발표했습니다.
우유 단백질이 앞선 이유는 구조가 비교적 단순하고, 분말 형태로 다른 제품에 섞어 팔기 쉽기 때문입니다.
고기 쪽은 사정이 다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정밀발효는 근육 조직을 만들지 못합니다. 대신 고기의 맛과 색을 내는 물질을 만듭니다.
헴 단백질이 그것입니다. 식물성 패티에서 피 같은 붉은 즙과 고기 향이 나는 건 이 물질 덕분입니다. 고기 자체가 아니라 고기의 신호를 만드는 셈입니다.
진짜 근육을 기르려면 동물 세포를 배양해야 합니다. 국내에서는 이것을 세포배양식품이라는 이름으로 다룹니다.
왜 하려는 걸까
소는 풀과 사료를 먹고 우유를 만들기까지 많은 자원을 씁니다. 사료용 곡물을 기르는 땅, 물, 그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가 전부 포함됩니다.
정밀발효는 이 사슬을 건너뜁니다. 발효조 안에서 당을 먹은 미생물이 목표 단백질을 곧바로 내놓습니다. 소를 거치지 않으니 땅과 물이 덜 들고, 날씨나 가축 질병의 영향도 받지 않습니다.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이 마실 수 있는 우유 단백질을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있습니다. 유당 없이 단백질만 뽑아내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유 알레르기는 다른 문제입니다.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건 유당이 아니라 단백질 자체라, 정밀발효로 만든 유청 단백질도 똑같이 반응을 일으킵니다.
국내 제도는 어디까지 왔나
식약처는 세포배양식품 원료에 대해 한시적 기준·규격 인정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2024년 기업이 안전성 자료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정리한 작성 가이드를 냈습니다.
2026년에는 한 단계 더 나갔습니다. 인정받은 원료로 만든 최종 제품의 식품 유형과 기준·규격을 정하는 개정안이 행정예고됐고, 의견 수렴이 8월 말까지 진행됐습니다.
다만 가이드가 나왔다고 곧바로 시장에 풀리는 건 아닙니다. 안전성 평가, 표시 기준, 소비자 수용성, 가격 경쟁력이 함께 갖춰져야 합니다.
나라마다 속도가 다릅니다
규제 경로 차이가 산업 속도를 갈랐습니다.
미국은 GRAS라는 제도를 통해 대략 1년 안에 시장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반면 유럽연합의 신규식품 승인 절차는 2년 반에서 4년 넘게 걸립니다. 2026년 초 기준으로 유럽에서 승인된 정밀발효 단백질은 한 건도 없습니다.
같은 기술인데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시장이 존재하느냐 마느냐가 갈립니다.
숫자는 조심해서 보셔야 합니다
시장 전망치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는데, 기관마다 편차가 큽니다. 어떤 곳은 2025년 25억 달러에서 2035년 286억 달러로 보고, 다른 곳은 2025년 43억 달러에서 2032년 571억 달러로 봅니다. 두 배 넘게 차이 납니다.
실제 투자 흐름은 오히려 반대 방향입니다. 대체단백질 기업들이 2025년에 유치한 투자는 8억 8,100만 달러로, 2024년 약 11억 달러보다 줄었습니다. 이 중 발효 분야가 3억 5,700만 달러, 배양육과 해산물 분야는 7,400만 달러였습니다.
가격도 아직 넘지 못한 벽입니다. 발효조를 돌리고 목표 물질만 골라 정제하는 과정에는 비용이 많이 듭니다. 소가 우유를 만드는 값이 워낙 싸서, 같은 단백질을 미생물로 만들면 아직은 더 비쌉니다. 그래서 지금 나온 제품들은 대량 유통되는 우유가 아니라 단백질 보충제나 기능성 소재처럼 값을 더 받을 수 있는 쪽부터 들어가고 있습니다.
기대는 커지는데 돈은 줄었습니다. 저금리 때는 외형 확장이 우선이었지만, 지금은 가격 경쟁력과 생산 규모, 재구매율을 더 깐깐하게 따지는 쪽으로 기준이 바뀐 결과로 보입니다.
정리하면
정밀발효는 이미 우리 식탁에 들어와 있는 기술입니다. 치즈 효소가 그 증거입니다.
다만 미래 식품 기사에서 보는 장밋빛 그림과 지금 현실 사이에는 거리가 있습니다. 우유 단백질은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고, 고기는 애초에 이 기술의 영역이 아니며, 배양육은 규제와 비용을 동시에 넘어야 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