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에이징 웻에이징 차이와 숙성 원리, 가격이 3배인 이유

마트에서 사신 소고기는 이미 웻에이징을 거친 고기입니다.

한우는 도축 후 부분육으로 진공포장돼 유통됩니다. 그 상태로 냉장 보관되는 동안 숙성이 진행됩니다. 수입 냉장육은 배로 오는 기간이 길어 국내 도착 시점에 이미 상당히 숙성돼 있습니다. 호주산이나 미국산 냉장육이 부드러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러니 “웻에이징 숙성육”이라는 문구만으로는 특별할 게 없습니다. 유통 과정에서 자연히 일어나는 일에 이름을 붙인 것에 가깝습니다.

숙성이란 무엇인가

도축한 고기는 사후경직으로 단단해집니다. 이 상태로는 질겨서 먹기 어렵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근육 안에 원래 있던 효소들이 단백질을 잘게 끊기 시작합니다. 근섬유가 풀리면서 고기가 연해지고, 잘린 단백질 조각인 유리아미노산과 짧은 펩타이드가 쌓이면서 감칠맛이 올라갑니다. 이 과정이 숙성입니다.

여기까지는 웻과 드라이가 똑같습니다. 갈라지는 건 그다음부터입니다.

한 가지 짚고 갈 것이 있습니다. 숙성은 부패와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둘 다 단백질이 분해되는 현상이고, 온도와 습도가 관리되면 숙성, 아니면 부패가 됩니다. 숙성고에 온도계와 습도계가 붙어 있는 게 멋으로 하는 일이 아닙니다.

웻에이징: 가둬놓고 기다리기

진공포장한 고기를 0~5도 냉장고에 14~30일 두는 방식입니다.

수분이 빠져나갈 곳이 없으니 무게가 거의 줄지 않습니다. 관리도 쉽고 실패 위험이 낮습니다. 시중 소고기 대부분이 이 방식인 이유입니다.

다만 향이 진해지지는 않습니다. 고기가 계속 자기 수분 속에 잠겨 있어 농축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래 둔 웻에이징에서 금속 맛이나 쇳내를 느낀다는 지적도 있는데, 산소가 차단된 환경에서 젖산이 쌓이는 탓으로 봅니다.

흥미로운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미국 셀렉트 등급 등심을 21일 웻에이징했더니 감칠맛과 풍미 강도가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반면 7일 숙성한 쪽은 금속 맛이나 종이 맛 같은 이취가 가장 적었습니다. 웻에이징은 오래 할수록 좋은 게 아닙니다.

드라이에이징: 말리면서 농축하기

진공포장 없이 공기에 노출한 채 0~4도, 습도 75~80%에서 28~55일 두는 방식입니다. 바람이 도는 전용 숙성고가 필요합니다.

표면에 곰팡이와 효모가 자리를 잡습니다. 탐니디움, 페니실리움, 데바리오마이세스 같은 종들인데, 이들이 분비하는 효소가 고기 속으로 스며들어 웻에이징에서는 나오지 않는 향을 만듭니다. 버섯 향과 견과류 향, 치즈 같은 쿰쿰한 냄새가 여기서 나옵니다.

동시에 수분이 계속 증발합니다. 남은 성분들의 농도가 올라가면서 육향이 진해집니다. 말리는 것과 발효가 함께 일어나는 셈입니다.

그래서 가격이 다릅니다

드라이에이징이 비싼 이유는 손실 때문입니다.

증발로 인한 감량이 21일에 10~15%, 40일이면 20~30%에 이릅니다. 여기에 딱딱해진 겉면을 도려내는 손실이 3~24% 더 붙습니다. 둘을 합치면 처음 무게의 40% 가까이가 사라집니다.

100kg을 넣어 60kg을 파는 구조입니다. 인건비와 숙성고 운영비는 별도입니다. 가격이 두세 배가 되는 게 폭리라기보다 산수의 결과에 가깝습니다.

오래 숙성할수록 맛있지는 않습니다

숙성 기간과 맛은 비례하지 않습니다.

리뷰 논문에 따르면 관능 개선은 35일 부근에서 정체됩니다. 그 뒤로는 감량과 트리밍 손실만 계속 늘어납니다. 업계에서 21~28일을 표준으로 보는 이유입니다.

45일에서 60일 이상은 마블링이 아주 많은 품종에 주로 씁니다. 지방이 수분 손실을 막아주기 때문입니다. 90일, 120일짜리는 블루치즈에 가까운 향이 나는데, 여기서부터는 품질이 아니라 취향의 영역입니다.

한눈에 비교하면

웻에이징드라이에이징
포장진공포장노출
기간14~30일28~55일
감량거의 없음최대 40%
부드럽고 보편적진하고 개성 강함
변화 적음견과·버섯·치즈
가격일반2~3배
집에서가능권하지 않음

등급이 높을수록 숙성 효과는 작습니다

의외로 여기서 갈립니다.

1++ 한우처럼 마블링이 촘촘한 고기는 이미 부드럽고 지방에서 오는 풍미가 충분합니다. 숙성을 해도 체감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비싼 고기에 비싼 숙성을 얹는 셈입니다.

반대로 지방이 적은 2~3등급 한우는 숙성으로 극적으로 달라집니다. 드라이에이징 전문점들이 저등급 한우를 즐겨 쓰는 게 우연이 아닙니다. 저등급 고기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기술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숙성의 쓸모가 더 분명해집니다.

거꾸로 말하면, 1++ 등급에 90일 숙성을 붙여 값을 크게 올린 제품은 값어치를 따져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집에서 따라 하실 거라면

웻에이징은 어렵지 않습니다. 진공포장한 덩어리를 온도가 일정한 냉장실에 두면 됩니다. 김치냉장고가 일반 냉장고보다 온도 변동이 적어 낫습니다.

드라이에이징은 일반 냉장고에서 하시면 안 됩니다. 습도와 공기 흐름을 잡지 못하면 숙성이 아니라 부패가 됩니다. 냄새도 냉장고 전체에 뱁니다.

어느 쪽을 고를까

부드러운 식감과 가성비를 원하시면 웻에이징입니다. 진한 육향과 견과류 향을 원하시면 드라이에이징 30~45일 구간입니다.

우열이 아니라 방향의 차이입니다. 드라이에이징의 개성 강한 향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숙성한 고기를 구울 때는 표면이 이미 건조하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마이야르 반응 원리를 보시면 왜 그런지 이해가 빠르실 겁니다. 구운 뒤 레스팅까지 챙기시면 마무리가 됩니다.

숙성 과학을 더 깊이 보고 싶으시면 드라이에이징 리뷰 논문한국 축산학회지 리뷰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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