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식품 개발이란? 맛을 못 보는 AI가 신제품을 만드는 방법

AI는 맛을 못 봅니다.

혀가 없으니 당연합니다. 그런데도 AI가 신제품을 만든다는 기사가 계속 나옵니다. 맛을 모르는 기계가 어떻게 음식을 개발한다는 걸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AI는 맛을 판단하지 않고 후보를 줄입니다. 마지막에 맛을 보는 건 여전히 사람입니다.

문제는 경우의 수입니다

식물성 우유 하나를 만든다고 해보겠습니다. 쓸 수 있는 재료가 수백 가지이고, 각각의 비율과 조합까지 따지면 경우의 수는 사람이 셀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납니다.

기존 방식은 연구원의 감으로 유망해 보이는 몇십 가지를 골라 만들어보고 먹어보는 것이었습니다. 한 번 만드는 데 며칠이 걸리니 1년에 시도할 수 있는 횟수가 정해져 있습니다.

AI가 들어오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수천, 수만 가지 조합을 계산으로 걸러 실제로 만들어볼 후보를 몇 개로 줄입니다.

한 가지 짚어둘 게 있습니다. AI가 후보를 줄인다고 해서 정답을 고르는 건 아닙니다. 걸러낸 100개 안에 답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이 감으로 고르던 것을 기계가 통계로 고르는 것이고, 통계는 데이터에 없는 답을 내놓지 못합니다.

원리 하나, 분자 단위로 짝을 찾습니다

칠레 회사 노트코의 플랫폼 주세페가 대표적입니다. 음식을 분자 수준에서 분석해, 동물성 제품의 프로파일과 맞아떨어지는 식물성 재료 조합을 찾습니다.

이때 나오는 답이 사람의 직관과 어긋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유 맛을 내는 데 양배추와 파인애플을 쓰는 식입니다. 사람은 재료를 요리 문화의 범주로 묶어서 생각하지만, 기계는 그 범주를 모르고 성분만 봅니다.

노트코는 이 방식으로 만든 제품을 크래프트하인즈와 함께 내놓기도 했습니다.

원리 둘, 자연에 있는 단백질을 뒤집니다

미국 회사 시루는 접근이 다릅니다. 자연에 존재하는 단백질 서열 데이터베이스를 뒤져 원하는 기능을 가진 것을 찾아냅니다. 회사 발표에 따르면 이 라이브러리에 정리된 서열이 7,700만 개가 넘습니다.

새로 설계하는 게 아니라 이미 있는 것 중에서 고르는 방식입니다. 단맛을 내는 단백질, 유화제 역할을 하는 단백질처럼 기능을 정해놓고 후보를 뽑습니다. 뽑은 뒤에는 그 단백질을 미생물이 실제로 잘 만들어낼 수 있는지까지 예측합니다. 이 부분은 정밀발효와 그대로 이어집니다. 후보를 찾는 게 AI라면, 그걸 실제로 생산하는 게 정밀발효입니다.

시루가 이 방식으로 내놓은 지방 대체 소재는 포화지방을 최대 90%까지 줄인다고 발표했습니다. 2026년 3월에는 원료 회사 인그리디언과 손잡고 프리바이오틱스 소재를 함께 찾기로 했습니다(관련 보도).

원리 셋, 무엇이 팔릴지 먼저 봅니다

국내에서는 이쪽이 더 활발합니다.

CJ제일제당은 ‘Food AI 360’이라는 플랫폼을 만들어 트렌드 분석부터 신제품 콘셉트 생성, 소비자 반응 예측까지 한 시스템에서 처리합니다. 콘셉트 스튜디오라는 기능은 예측한 흐름을 제품 아이디어로 바꾸고 포장 형태까지 이미지로 제안합니다.

실제로 나온 제품이 말차 햇반입니다. 말차 유행이 얼마나 갈지를 플랫폼으로 확인한 뒤 기획했다고 밝혔습니다(회사 발표). 이 플랫폼은 2026년 6월 말 미국 사업에도 적용됐습니다.

동원, SPC, 풀무원도 신제품 개발과 신사업 발굴에 AI를 쓰고 있습니다.

다만 국내 사례들은 앞의 두 방식과 성격이 다릅니다. 노트코나 시루가 재료 자체를 새로 찾는 쪽이라면, 국내 기업들은 무엇을 만들지 정하는 단계에 AI를 쓰고 있습니다. 기획 도구에 가깝습니다. 어느 쪽이 더 낫다기보다, 기사에서 “AI 신제품”이라는 말이 나올 때 둘 중 어느 얘기인지 구분해서 보실 필요가 있다는 뜻입니다.

맛을 숫자로 바꾸는 게 관건입니다

세 방식 모두 결국 같은 문제를 풉니다. 맛과 식감처럼 말로만 표현되던 것을 계산 가능한 숫자로 바꾸는 일입니다.

향은 그나마 쉽습니다. 기체 크로마토그래피로 어떤 향미 물질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측정할 수 있습니다. 단맛과 짠맛도 성분과 농도로 잡힙니다.

어려운 건 식감입니다. 쫄깃함, 바삭함, 입안에서 녹는 느낌은 기계로 재는 수치와 사람이 느끼는 감각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습니다. 대체육이 여전히 어색한 이유의 상당 부분이 여기 있습니다. 맛은 어느 정도 따라잡았는데 씹는 느낌이 안 따라옵니다.

그래서 AI가 만든 음식인가

여기서 냉정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말차 햇반을 AI가 만들었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AI가 한 일은 말차 유행이 꺾이지 않을 거라는 판단을 뒷받침한 것입니다. 배합을 짜고, 밥알 식감을 맞추고, 공장 라인에 올린 건 사람입니다.

노트코의 조합도 마찬가지입니다. 기계가 내놓은 후보를 만들어보고, 먹어보고, 아니면 버리는 과정을 사람이 반복합니다.

AI가 못 하는 일

맛을 못 봅니다. 관능평가는 여전히 훈련받은 사람들의 몫입니다. 업계 분석에서도 AI 추천안이 관능 검토와 공정 테스트를 통과하는지가 그 도구를 계속 쓸지 결정하는 기준이라고 봅니다.

공장에서 되는지 모릅니다. 실험실에서 맛있는 배합이 대량 생산 라인에서 그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점도, 살균 공정, 유통기한이 전부 변수입니다.

데이터가 없으면 못 합니다. 단백질 서열처럼 데이터가 쌓인 분야는 AI가 힘을 쓰지만, 한국인이 어떤 매운맛을 좋아하는지 같은 건 정리된 데이터 자체가 부족합니다.

정리하면

AI 식품 개발은 새로운 맛을 창조하는 기술이라기보다 실패를 싸게 만드는 기술에 가깝습니다.

후보 1만 개를 100개로 줄여주면, 사람은 그 100개에 시간을 쓸 수 있습니다. 창의성이 기계로 넘어간 게 아니라 탐색 범위가 넓어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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