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야르 반응이란? 고기가 갈색으로 맛있어지는 원리와 스테이크 굽는 법
“겉을 지지면 육즙이 갇힌다”는 말은 170년 된 오답입니다.
이 말을 처음 한 사람은 독일 화학자 유스투스 폰 리비히입니다. 1850년경 저서에서 고기 표면을 강하게 익히면 막이 생겨 육즙이 갇힌다고 썼습니다. 그 뒤로 요리책과 방송을 통해 계속 전해졌습니다.
실험으로는 이미 반박됐습니다. 미국 요리 잡지 Cook’s Illustrated가 스테이크 두 장을 각각 다른 순서로 구워 무게 손실을 비교했는데, 먼저 지진 쪽이 더 적게 잃지 않았습니다.
그럼 왜 지지는 걸까요. 육즙 때문이 아니라 맛 때문입니다. 그 갈색 껍질을 만드는 반응의 이름이 마이야르 반응입니다.
마이야르 반응이란
1912년 프랑스 화학자 루이 카미유 마이야르가 발표한 논문에서 이름을 땄습니다. 아미노산과 환원당이 열을 받아 반응하면서 수백 가지 향미 물질과 멜라노이딘이라는 갈색 색소를 만듭니다.
빵 껍질, 볶은 커피콩, 간장, 누룽지가 전부 같은 반응의 결과물입니다. 참고로 간장이나 된장처럼 발효를 거친 식품은 여기에 더해 미생물이 만든 물질까지 갖고 있습니다. 노벨화학상 수상자 장마리 렌은 이것을 세상에서 가장 많이 수행되는 화학 반응이라고 했습니다.
캐러멜화와 자주 혼동되는데 다른 반응입니다. 캐러멜화는 당만 분해되는 현상이라 양파나 당근처럼 당이 많은 재료에서 일어납니다. 고기의 갈변은 아미노산이 끼어들기 때문에 훨씬 복잡하고, 그래서 맛도 훨씬 복잡합니다.
왜 고기마다 냄새가 다른가
마이야르 반응의 결과물은 한 가지 맛이 아닙니다. 어떤 아미노산과 어떤 당이 만나느냐, 몇 도에서 얼마나 오래 반응하느냐에 따라 다른 화합물이 나옵니다.
고소한 볶은 향을 내는 피라진 계열이 있고, 견과류나 토피 같은 향을 내는 계열도 있습니다. 같은 소고기라도 오븐에 구웠을 때와 기름에 튀겼을 때 향이 다른 이유가 이것입니다. 반응의 조건이 다르니 나오는 물질의 조합도 달라집니다.
100도에서는 아무 일도 안 일어납니다
마이야르 반응은 대략 140도부터 빠르게 진행되고 155도를 넘기면 본격적으로 붙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나옵니다. 물은 100도에서 끓어 증발하는데, 표면에 물기가 남아 있는 한 그 부위 온도는 100도를 넘지 못합니다. 물이 다 날아가기 전까지 고기는 구워지는 게 아니라 삶기고 있는 셈입니다.
삶거나 찐 고기가 갈색이 되지 않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튀김이 노릇해지는 이유도 같습니다. 기름은 물과 달리 200도 넘게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집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대개 셋입니다
표면이 젖어 있습니다. 냉장고에서 꺼낸 고기를 그대로 팬에 올리면 처음 1~2분은 수분을 날리는 데 다 씁니다. 키친타월로 앞뒤를 꾹 눌러 물기를 걷어내는 게 첫 단계입니다.
팬이 덜 달았습니다. 고기를 올렸을 때 치익 소리가 즉시 나지 않으면 온도가 부족합니다. 그 상태로는 겉이 갈색이 되기 전에 속이 먼저 익습니다.
한 번에 많이 올립니다. 고기를 여러 장 올리면 팬 온도가 뚝 떨어지고, 고기에서 나온 수분이 갇혀 다시 100도 구간으로 돌아갑니다. 팬에 여유가 없으면 나눠 굽는 게 낫습니다.
팬과 기름도 온도 문제입니다
주철이나 두꺼운 스테인리스 팬을 권하는 이유는 열용량 때문입니다. 쇠가 두꺼울수록 머금은 열이 많아서, 찬 고기를 올려도 표면 온도가 덜 떨어집니다. 얇은 팬은 고기를 올리는 순간 온도가 주저앉고, 그동안 고기는 100도 구간에 갇힙니다.
기름은 발연점이 높은 포도씨유나 정제 카놀라유를 씁니다. 올리브유는 향은 좋지만 강불에서 먼저 탑니다.
버터는 마지막 30초에 넣습니다. 버터의 유고형분은 150도 부근에서 타는데, 마이야르 반응에 필요한 온도가 이미 그 위입니다. 처음부터 넣으면 고기가 갈색이 되기 전에 버터가 먼저 검어집니다.
소금은 45분 전 아니면 직전입니다
소금을 뿌리면 삼투압으로 표면에 수분이 배어 나옵니다. 이 상태에서 구우면 갈변이 늦어집니다.
45분 이상 두면 배어 나온 수분이 다시 흡수되면서 표면이 오히려 마릅니다. 간도 속까지 뱁니다. 반대로 굽기 직전에 뿌리면 수분이 나올 시간이 없습니다.
최악은 그 사이입니다. 10분쯤 전에 뿌려놓고 굽는 게 표면이 가장 축축한 타이밍입니다.
두께로 방법이 갈립니다
2.5cm보다 얇으면 그냥 강한 불에 빠르게 구우면 됩니다. 굽는 시간이 짧아 속까지 열이 갈 틈이 없습니다.
2.5cm를 넘으면 리버스 시어가 낫습니다. 순서를 뒤집는 방법입니다. 120도 정도의 낮은 오븐에 넣어 중심 온도가 45도 근처에 올 때까지 두고(1.5인치 기준 30~45분), 꺼내서 아주 뜨거운 팬에 면당 60~90초만 지집니다.
이렇게 하면 껍질과 분홍색 속살 사이에 생기는 회색 띠가 거의 없어집니다. 오븐을 거치며 표면이 바싹 마른 상태라 갈변도 훨씬 빠르게 붙습니다.
미디엄레어 기준 최종 중심 온도는 54~57도입니다. 목표보다 5도 낮을 때 불에서 빼야 합니다. 두꺼운 고기는 불에서 내린 뒤에도 중심 온도가 5~10도 더 오릅니다.
레스팅은 5분이면 충분합니다. 근섬유가 이완되면서 중심으로 몰렸던 육즙이 다시 퍼집니다.
다만 안전 기준은 이보다 높습니다. 미국 농무부 식품안전검사국은 소고기 스테이크의 최소 중심 온도를 63도로 두고 최소 3분간 두라고 권고합니다. 우리가 흔히 먹는 미디엄레어는 이 기준보다 낮은 온도입니다. 통고기는 세균이 표면에 몰려 있고 그 표면이 강한 열을 받기에 관행적으로 먹지만, 기준은 알고 선택하시는 게 맞습니다.
다만 태우는 것과는 다릅니다
갈색을 넘어 검게 타기 시작하면 그건 열분해입니다. 쓴맛이 나고, 고온에서 오래 구운 육류에는 헤테로사이클릭아민(HCA) 같은 물질도 생깁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이 물질은 대략 150도를 넘는 조리에서 늘어나고, 오래 구울수록 더 많이 만들어집니다. 동물 실험에서 DNA 손상이 확인됐고, 사람에게서의 위험은 아직 확정적이지 않습니다.
목표는 짙은 갈색까지입니다. 검은 반점이 생기기 시작하면 이미 지나쳤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마이야르 반응에 필요한 건 높은 온도와 마른 표면 두 가지뿐입니다.
오늘 저녁에 하나만 바꾸신다면, 팬에 올리기 전 키친타월로 고기 물기를 걷어내는 것입니다. 도구를 바꾸는 것보다 이쪽이 효과가 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