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식품이 장 건강에 좋은 이유, 식이섬유로는 장내 미생물이 안 늘어난 까닭

2021년 스탠퍼드 의대 연구팀이 건강한 성인 36명을 18명씩 둘로 나눠 10주간 먹인 실험이 있습니다. 한쪽은 발효식품, 한쪽은 식이섬유. 결과는 통념과 반대로 나왔습니다.

발효식품을 먹은 쪽은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이 늘고 염증 관련 단백질 19종이 함께 떨어졌습니다. 식이섬유를 먹은 쪽은 그 19종 중 어느 것도 떨어지지 않았고, 미생물 다양성도 늘지 않았습니다. 연구는 그해 8월 학술지 Cell에 실렸습니다.

“채소랑 통곡물 많이 먹으면 장이 좋아진다”는 말이 틀렸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얘기입니다.

다양성이라는 게 왜 중요한가

여기서 말하는 다양성은 균이 많다가 아니라 균의 종류가 여러 가지라는 뜻입니다. 같은 100마리라도 두 종류가 50마리씩 있는 것과 스무 종류가 다섯 마리씩 있는 것은 다릅니다.

종류가 적으면 환경이 바뀔 때 버티지 못합니다. 항생제를 한 번 먹거나 식단이 바뀌면 판이 통째로 흔들립니다.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이 낮은 상태는 과민성대장증후군, 제2형 당뇨, 지방간 같은 만성 염증 질환과 함께 관찰됩니다. 인과관계까지 밝혀진 건 아니지만, 다양성이 높은 쪽이 좋다는 데는 이견이 적습니다.

왜 식이섬유는 실패했나

식이섬유는 균의 먹이입니다. 먹이를 아무리 넣어도 그걸 먹을 균이 없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실제로 식이섬유 그룹 안에서도 처음부터 장내 미생물이 다양했던 사람들은 염증 수치가 내려갔습니다. 처음에 빈약했던 사람들은 변화가 없었습니다. 먹이를 받아먹을 입이 없었던 셈입니다.

발효식품은 순서가 반대입니다. 먹이가 아니라 균 자체와, 균이 만들어놓은 물질을 같이 집어넣습니다.

그런데 그 균들은 대부분 정착하지 못합니다

여기서 많이들 오해합니다. 김치를 먹으면 유산균이 장에 눌러앉아 식구가 되는 게 아닙니다. 상당수는 그냥 지나갑니다.

그럼 왜 효과가 있느냐. 발효 과정에서 균이 만들어낸 물질들이 같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젖산, 짧은사슬지방산, 발효 중 생긴 각종 대사산물. 죽은 균도 면역계에 신호를 줍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정착을 안 하니까 매일 먹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주말에 몰아서 김치 한 통 먹고 평일 내내 안 먹는 건 의미가 적습니다. 스탠퍼드 실험에서도 다양성은 10주에 걸쳐 서서히 올라갔고, 많이 먹은 사람일수록 더 올라갔습니다.

여기서 대부분 헛수고합니다

끓이면 끝입니다. 김치찌개, 된장찌개에는 살아 있는 균이 없습니다. 100도 근처에서 다 죽습니다. 발효식품을 챙겨 먹는다면서 매 끼니 찌개로만 먹고 있으면 균은 한 마리도 안 들어갑니다. 끓여도 발효 대사산물은 남으니 완전히 헛것은 아닙니다만, 실험에서 본 효과와는 다른 얘기입니다.

살균 표시를 확인하셔야 합니다. 상온에 오래 두는 병조림 피클, 살균 처리한 요구르트, 빵은 발효로 만들었어도 균이 없습니다. 냉장 코너에 있고 유통기한이 짧은 쪽이 대체로 살아 있습니다.

나트륨은 실제 문제입니다. 연구에서 김치를 쓴 경우 하루 100~300g 정도를 먹였습니다. 우리 식으로 치면 한 끼 반찬으로는 꽤 많은 양입니다. 식약처 1회 적정 섭취량 기준은 40~60g입니다. 한국인은 이미 2023년 기준 하루 나트륨 3,136mg을 먹고 있고, WHO 권고치 2,000mg의 1.6배입니다. 이 중 김치류가 하루 438mg을 차지합니다.

발효식품 늘리겠다고 김치 양을 세 배로 올리면 장은 좋아질지 몰라도 혈압은 다른 방향으로 갑니다. 고혈압이 있으시다면 특히 그렇습니다.

김치는 양쪽에 다 걸쳐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김치가 실험의 두 그룹 특성을 다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살아 있는 유산균이 들어 있으니 발효식품이고, 배추와 무 자체가 식이섬유 덩어리이니 균의 먹이도 같이 들어갑니다. 여기에 마늘, 생강, 고춧가루에서 오는 화합물이 더해집니다. 김치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HDMPPA라는 물질은 초기 연구에서 항염증 작용이 관찰됐습니다.

먹이와 균을 한 번에 넣는 구조라 이론적으로는 유리합니다. 문제는 그 좋은 구성이 나트륨과 한 덩어리로 붙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먹나

한 가지를 많이보다, 여러 가지를 조금씩이 낫습니다. 발효식품마다 들어 있는 균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 김치와 동치미 (냉장, 안 끓인 것)
  • 플레인 요구르트나 케피어
  • 청국장 (끓이지 말고 밥에 비벼서)
  • 저염 된장을 쌈장 형태로

짜지 않은 발효식품을 섞는 게 요령입니다. 요구르트와 케피어는 나트륨이 거의 없으니 김치 양을 늘리는 대신 이쪽을 늘리는 편이 안전합니다.

시작할 때 배에 가스가 차고 더부룩한 건 정상입니다. 스탠퍼드 실험 참가자들도 처음 4주간 그랬고, 시간이 지나면서 가라앉았습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많이 드시지는 말고 몇 주에 걸쳐 늘리시는 게 낫습니다.

다만 과장은 걸러야 합니다

김치가 장을 청소해준다거나 독소를 빼준다는 말은 근거가 없습니다. 그건 간과 신장이 하는 일입니다.

김치는 엄밀히 말하면 프로바이오틱스도 아닙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특정 균주를 특정 용량으로 넣은 것을 말하는데, 김치는 담근 집마다, 담근 날마다 균의 구성이 다릅니다. 효과가 있을 수는 있어도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위장 질환이 있거나 면역억제제를 드시고 있다면 발효식품을 늘리기 전에 의사와 상의하셔야 합니다. 살아 있는 균을 대량으로 넣는 일이라 모두에게 안전한 선택은 아닙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발효식품은 식이섬유가 못 하는 일을 합니다. 대신 매일 먹어야 하고, 끓이면 안 되고, 짠 것으로 채우면 안 됩니다.

오늘 저녁부터 바꿀 게 하나 있다면, 김치를 찌개에 넣지 말고 그냥 반찬으로 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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