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킹소다 구연산 섞으면 안 되는 이유, 거품은 청소를 하지 않습니다

베이킹소다와 구연산을 섞으면 청소 효과가 배가 되는 게 아니라 양쪽이 서로를 없앱니다.

거품이 부글부글 올라오니 뭔가 대단한 일이 벌어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 장면이 SNS에서 계속 퍼지면서 두 가지를 함께 쓰는 게 정석처럼 굳었습니다.

실제로는 반대입니다.

섞는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지나

베이킹소다는 약한 염기이고 구연산은 산입니다. 산과 염기가 만나면 중화 반응이 일어납니다.

둘이 만나 남는 건 구연산나트륨이라는 소금과 물, 그리고 이산화탄소입니다. 눈에 보이는 거품이 그 이산화탄소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남은 것이 아니라 사라진 것입니다. 청소를 하던 산과 염기가 둘 다 없어졌습니다.

각자 하는 일이 다릅니다

구연산은 산성입니다. 물때, 석회 자국, 소변 얼룩처럼 알칼리성 미네랄이 굳은 것을 녹입니다. 칼슘과 마그네슘 같은 금속 이온을 붙잡아 떼어내는 방식입니다.

이 능력은 산성일 때만 나옵니다. pH 2.5에서 4 사이가 가장 좋고, 4.5를 넘으면 효율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베이킹소다는 약알칼리입니다. 산성인 기름때와 냄새 분자를 중화합니다. 가루 상태에서는 부드러운 연마제 역할도 합니다.

한쪽은 산성일 때, 다른 쪽은 알칼리일 때 일합니다. 애초에 같이 쓸 수 없는 조합입니다.

식초와 베이킹소다도 사정이 같습니다. 식초의 아세트산이 산이라 똑같은 중화가 일어납니다. 이쪽이 더 널리 퍼진 조합인데, 원리는 구연산과 다르지 않습니다.

섞으면 pH가 어중간해집니다

베이킹소다가 들어가면 용액의 pH가 8을 넘는 쪽으로 올라갑니다. 구연산이 구연산나트륨으로 바뀌면서 산으로서의 성질을 잃습니다.

업계 문서에도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세정제 관련 특허 문서를 보면, 중성인 시트르산염은 산성 구연산 조성만큼의 세정력을 내지 못하며 pH가 올라갈수록 세정력이 떨어진다고 적혀 있습니다(특허 문서). 그래서 시중 욕실 세정제는 pH 3 아래를 선호합니다.

기름때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알칼리성이 있어야 하는데 산이 그걸 깎아먹습니다.

그래도 거품이 필요한 곳은 있습니다

한 가지 예외가 있습니다. 배수구나 변기처럼 손이 안 닿는 좁은 공간입니다.

여기서는 거품이 만들어내는 움직임이 가루를 구석까지 퍼뜨리는 역할을 합니다. 세정력이 세서가 아니라 닿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발포 세정 타블렛이 이 원리로 만들어집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때가 녹아 없어지는 게 아닙니다. 냄새를 덮고 표면의 느슨한 찌꺼기를 띄우는 정도입니다. 굳은 물때나 기름 덩어리는 결국 따로 손을 봐야 합니다.

거품은 청소를 하지 않습니다

거품이 때를 뜯어낸다는 설명이 많은데, 과장입니다.

이산화탄소는 생기자마자 위로 날아갑니다. 표면에 눌어붙은 기름이나 굳은 물때를 밀어낼 만한 물리적인 힘이 아닙니다. 수세미로 한 번 문지르는 게 훨씬 셉니다.

배수구에 부었을 때 시원하게 뚫리는 느낌이 드는 것도 대부분 뒤이어 붓는 뜨거운 물의 몫입니다. 머리카락이 뭉친 덩어리는 어떤 거품으로도 녹지 않습니다. 건져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완전히 쓸모없을까

그건 아닙니다. 남은 구연산나트륨은 물속의 칼슘과 마그네슘을 붙잡는 연수제 역할을 합니다. 세제가 더 잘 듣게 도와줍니다.

다만 값을 따져보셔야 합니다. 구연산과 베이킹소다를 둘 다 사서 섞어 없앤 뒤 연수제를 얻는 셈입니다. 그럴 거면 처음부터 구연산나트륨을 사시는 게 쌉니다.

제대로 쓰는 법은 따로, 그리고 순서대로

물때와 석회 자국에는 구연산. 물 100mL에 2g 정도 녹여 뿌리고 1분쯤 두었다가 문지르고 헹굽니다. 심하면 농도를 조금 올리시면 됩니다.

기름때와 냄새에는 베이킹소다. 가루째 뿌려 문지르면 연마 효과까지 같이 옵니다. 물에 녹이면 그 효과는 사라집니다.

세탁조 청소도 같은 원칙입니다. 물때가 문제면 구연산, 곰팡이와 세제 찌꺼기가 문제면 과탄산소다 쪽입니다. 둘을 한 번에 넣으면 서로를 깎아먹습니다.

둘 다 필요하면 시간을 벌립니다. 구연산으로 물때를 녹이고, 물로 충분히 헹군 다음, 베이킹소다로 기름때를 잡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동시에 만나지만 않으면 됩니다.

절대 하면 안 되는 조합

구연산이나 식초를 락스와 함께 쓰면 안 됩니다.

락스의 차아염소산나트륨이 산과 만나면 염소 가스가 나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도 가정용 표백제를 다른 세정제와 섞으면 염소 가스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관련 자료).

더 조심하실 부분은 순서입니다. 섞지 않고 따로 썼더라도, 락스를 뿌린 자리를 헹구지 않고 바로 구연산을 뿌리면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화장실에서 이런 사고가 자주 납니다. 제품을 바꾸실 때는 반드시 물로 씻어내시고, 창문을 여시는 게 좋습니다.

표면도 가려야 합니다

산은 아무 데나 쓰면 안 됩니다. 대리석이나 천연석 상판에 구연산을 쓰면 표면이 상합니다. 알루미늄 냄비도 변색됩니다.

베이킹소다는 가루로 문지르는 방식이라 유리 상판이나 코팅 표면에 흠집을 낼 수 있습니다. 눈에 안 띄는 곳에 먼저 시험해보시는 게 안전합니다.

저도 싱크대 수전에 하얗게 굳은 물때가 거슬려서 만능 조합이라는 두 가지를 섞어 써본 적이 있습니다. 거품이 풍성하게 올라오길래 칫솔로 구석구석 문질렀습니다.

물기가 마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얼룩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나중에 구연산만 물에 녹여 다시 닦아봤더니 그제야 깨끗하게 지워졌습니다. 거품이 아니라 산이 일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정리하면

베이킹소다와 구연산은 좋은 청소 재료입니다. 다만 따로 쓸 때만 그렇습니다.

섞으면 물과 소금과 거품이 남습니다. 거품은 눈을 즐겁게 하지만 때를 지우지는 않습니다. 목욕용 발포 입욕제가 정확히 이 반응을 쓰는데, 그건 청소가 목적이 아닙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생활화학 정보를 제공합니다. 제품의 표시사항과 제조사 관리 지침을 우선하고, 여러 세정제를 임의로 혼합하지 마세요.

관련 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