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충전 원리, 전자기 유도로 선 없이 전기가 건너가는 방법

충전 패드에 휴대폰을 툭 올려놓기만 했는데 화면에 번개 표시가 뜹니다. 금속 단자가 맞물린 것도 아니고 케이블이 꽂힌 것도 아닌데, 전기는 분명히 건너갔습니다. 이 몇 밀리미터의 공백을 무엇이 채우고 있을까요.

1831년에 이미 나와 있던 답

패러데이가 코일 옆에서 자석을 움직였더니 코일에 전류가 흘렀습니다. 전자기 유도의 발견이고, 무선충전은 그 실험을 200년 가까이 지나 다시 하고 있는 셈입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자기장이 변해야 전류가 생긴다는 점입니다. 세기가 일정한 자기장은 아무 일도 하지 않습니다. 냉장고 자석 위에 휴대폰을 올려두어도 배터리가 차오르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자석은 강하지만, 가만히 있으니까요.

패드 안에는 코일이 감겨 있습니다

충전기를 분해하면 납작하게 감긴 구리선 뭉치가 나옵니다. 송신 코일(Tx)입니다. 휴대폰 뒷면 안쪽에도 비슷한 코일(Rx)이 들어 있습니다.

충전기는 이 송신 코일에 교류를 흘립니다. 전류 방향이 계속 뒤집히니 자기장 방향도 따라 뒤집힙니다. Qi 규격이 쓰는 동작 주파수는 대략 105~210kHz 대역입니다. 1초에 10만 번에서 21만 번 자기장을 뒤집는다는 뜻입니다. 이 요동치는 자기장이 휴대폰 코일을 통과하면서 전류를 만들고, 그 전류를 직류로 바꿔 배터리에 넣습니다.

구조만 보면 변압기와 똑같습니다. 다만 변압기는 1차 코일과 2차 코일이 철심으로 단단히 묶여 있는 반면, 무선충전은 그 사이가 공기와 플라스틱 뒷판, 그리고 케이스입니다. 자기장이 상대 코일로 전부 넘어가지 못하고 상당량이 옆으로 새어 나갑니다.

조금만 어긋나도 효율이 떨어지는 이유

두 코일이 얼마나 잘 맞물렸는지를 결합계수라고 부릅니다. 중심축이 어긋나면 이 값이 빠르게 떨어집니다.

무선충전 코일의 위치 자유도를 다룬 한국전자파학회 논문을 보면, 송신 코일의 외경을 수신 코일보다 크게 만들면 정중앙 효율은 조금 손해를 보지만 위치가 어긋났을 때의 효율이 개선됩니다. 정렬이 완벽할 때의 최고 성능과, 대충 올려놨을 때의 실사용 성능은 서로 다른 목표라는 뜻입니다.

새어 나간 에너지는 사라지지 않고 열이 됩니다. 무선충전 중에 기기가 미지근해지는 건 고장이 아니라 원리상 예정된 손실입니다. 두꺼운 케이스나 뒷면 카드 지갑은 코일 간격을 벌려 이 손실을 더 키웁니다. 열은 리튬이온 배터리가 가장 싫어하는 조건이기도 해서, 스마트폰 배터리 수명을 줄이는 충전 습관을 따져볼 때 무선충전은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느려지는 폭이 궁금하다면 참고할 만한 측정이 있습니다. 한 연구팀이 125kHz 전자기 유도 시스템을 직접 만들어 휴대폰을 50%에서 60%까지 충전해보니 유선은 16분, 무선은 23분이 걸렸습니다. 실험실에서 만든 저출력 송신기라 시중 제품 수치로 그대로 옮기긴 어렵지만, 같은 조건에서 무선 쪽이 4할가량 더 걸린다는 감각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휴대폰과 전기차는 방식이 다릅니다

여기까지가 자기 유도 방식입니다. 코일을 거의 맞붙여야 하고, 대신 구조가 단순합니다. 스마트폰 무선충전은 대부분 이쪽입니다.

거리를 벌리려면 자기 공진 방식으로 갑니다. 송수신 코일의 공진 주파수를 맞춰 특정 진동수에서만 에너지가 넘어가게 하는 방식으로, 수 cm에서 수십 cm까지 떨어져도 전력이 건너갑니다. 전기차 무선충전이 이 방향인데, 전송 전력이 크고 부피 여유가 있어 수백 kHz 이하 대역을 씁니다. 반대로 무선 이어폰이나 체내 삽입형 의료기기처럼 코일을 작게 만들어야 하는 경우에는 수 MHz 대역이 유리합니다. 주파수는 성능 순위가 아니라 크기와 거리에 맞춰 고르는 값입니다.

Qi2가 자석을 붙인 진짜 이유

Qi 규격은 2010년에 5W로 시작했습니다. 오래 15W에 머물렀는데, 속도보다 정렬이 더 큰 문제였습니다.

2023년 나온 Qi2가 택한 해법이 자석입니다. 애플 맥세이프의 방식을 규격 안으로 들여왔습니다. 충전기와 휴대폰이 서로 끌어당겨 알아서 자리를 잡으니, 패드 위 어디에 놓든 코일이 어긋나지 않습니다. 자석 자체는 전력을 한 톨도 옮기지 않습니다. 코일을 제자리에 붙잡아 결합계수를 확보하는 역할만 합니다.

그다음이 Qi2 25W입니다. 정식 규격명은 Qi v2.2.1이고 Qi2.2로도 불립니다. Qi 규격을 제정하는 무선전력컨소시엄(WPC)은 기존 Qi2 최대 출력인 15W보다 충전 출력이 70% 향상됐다고 밝혔습니다. 구글 픽셀 11 시리즈처럼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도 채택이 늘고 있습니다.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삼성 갤럭시 S25는 Qi2 25W 충전기의 자기 정렬을 쓰려면 마그네틱 케이스가 따로 필요합니다. “Qi2 지원”이라는 문구가 곧 “자석 내장”은 아닙니다.

동전을 올리면 충전이 멈추는 이유

패드 위에 동전이나 열쇠를 올려두면 충전이 중단되거나 경고가 뜹니다. 금속판도 코일과 똑같이 자기장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금속 내부에 맴돌이 전류가 유도되고, 저항 때문에 그 자리에서 열로 바뀝니다. 인덕션 레인지가 냄비만 골라 데우는 원리와 정확히 같습니다. 충전 패드는 의도치 않게 아주 약한 인덕션이 되는 셈입니다.

그래서 Qi 규격에는 이물질 감지(FOD) 기능이 들어 있습니다. 보낸 전력과 받은 전력을 비교해 차이가 크면 뭔가가 중간에서 에너지를 먹고 있다고 판단하고 출력을 끊습니다.

그래서 무선충전, 써야 할까요

원리를 알고 나면 판단이 단순해집니다. 무선충전은 유선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닙니다.

  • 잘 맞는 상황: 책상 위, 차량 거치대, 자기 전 거치. 완충 여부보다 “올려두면 충전된다”는 편의가 중요한 경우
  • 유선이 나은 상황: 배터리 10% 남았는데 20분 뒤 나가야 할 때. 손실만큼 시간이 더 걸립니다
  • 피해야 할 상황: 한여름 대시보드 위. 직사광선 발열과 충전 발열이 겹치면 기기가 스스로 출력을 낮춥니다

무선충전이 파는 건 속도가 아니라 습관입니다. 케이블을 찾고 꽂는 3초를 없애는 대신 약간의 에너지와 시간을 지불하는 거래에 가깝습니다. 그 거래가 남는 장사인지는 하루에 몇 번 충전기에 손을 대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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